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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서 신랑으로. 결혼식장에서 아버지는 신랑에게 나의 손을 건네주며 말한다. "잘 부탁하네." 과거 사회에서는 그것이 재산(property)였던 딸(여자)을 다른 사람(=남자)에게 건네는 (conveyance) 과정이었다. 한동안은 그것이 아버지의 호적에서 남편의 호적으로 건너가는 상징적인 과정이기도 했고 말이다. 나의 고모는 결혼해서 처음 딸을 낳았다. 그리고 그 다음도 딸을 낳았다. 그 동안 고모부는 그토록 고모를 구박했다고 한다. 아들을 못 낳는다고. 그리고 다행히(?) 그 다음에는 아들을 낳았다. 어머니는 본인이 경상도 분이셨지만, 경상도 남자는 사윗감으로 되도록 피하고 싶어하셨다. 경상도 남자들이 보수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고모의 경우를 보았던 나는 거기에 크게 토를 달지 않았다. 나는 어린시절 가부장적인 사회를.. 더보기
아파하지 말아요. 오늘 아침 출근하는 길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리고 나의 스마트폰에서는 알리의 '지우개' 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별을 극복하는 법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말 아파할 기간을 정해 충분히 아파 하란말 하루만 딱 하루만 아플순 없을까 그 하루도 내겐 지옥과 같으니까 쉽게 잊고 또 사랑하는 저 연인들처럼 나도 그러고 싶어 지우개로 널 지울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모두 지우고 싶어 알리, '지우개' 中. 내가 K에게 심하게 상처받고 채였을 때, 나는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화창한 5월의 봄날이었지만,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도 축축하게 젖어서 5월의 따사로운 햇살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기도 낳았고, 안정된 가정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끔씩 그 때 생각.. 더보기
스스로를 옭아맨 생각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학교, 과, 경력... 이런 게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XX과를 나왔으니까 안돼... 나는 XX를 했으니까 안돼... 지금 와 생각을 해보면, (직장 경력 12년차, 그 중간에 업종도 한 번 크게 바꿈. 근무 지역도 한 번 크게 바꿈.) 사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데.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얼마나 잘 하고, 그래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가. 그런 게 중요한 건데. 스스로 많이 얽어매고, 그래서 나아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한 자 더하고, 관련 자료를 한 자 더 읽고, 관련 사람을 한 명 더 만나 조언을 구하고, 인맥 네트워크를 늘리고, 자격증이라도 좀 따 놓고 그랬다면 지금쯤 나는 좀 더 높은 위치에 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