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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당신의 끓는 점은 무엇입니까?

며칠 전 신랑이랑 싸우다가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완전히 미친듯이(?) 화를 냈는데요. 그때 생각이 난 게 있습니다. 지난 번 연애 - 그러니까 벌써 2년전이군요 - 의 종지부를 찍게 된 결정적 계기가 상대방이 나와 6시 반에 만나기로 하고선 6시 25분에 문자 하나 띡 보내서 자다가 지금 일어났다 라고 했을 때였습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저로서는 무척 화가 났는데, 그 상대는 그런 저에게 화가 많이 난 것 같으니 오늘은 보지 말고 다음에 보자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은 나와의 약속이 먼지만큼도 중요하지 않구나. 그리고 그날 그 관계를 끝냈습니다.

 

 

지금껏 저는 왜 그 엑스에게 그런 험한 말과 대우를 받으면서도 안 헤어졌을까, 아니 더 정확히는 헤어지지 못했을까 스스로 화가 난 적이 많았습니다. 만난 지 4개월째쯤 되었을 때 거리 한복판에서 차에서 내리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안 내리면 경찰에 신고한다고까지 -_-;;; 그 이후로도 쌍욕도 들었고.. 뭐 별 소리 다 듣기도 했는데, 그래도 헤어지자 그러면 내가 매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지 참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안 헤어졌는데, 번번히 약속해놓고 약속 시간 가까이 되어서 연락도 잘 안되고 그래서 뭐라 하면 화내고 성질내고 그래서 결국 안보기로 하고... 저는 기다리고.. 뭐 이렇게 반복했었는데, 그날은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나를 정말 하찮게 보는구나.

 

그렇게 끝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연락이 와서 정리를 했지요. 그때 그러더군요.

 

잘못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게 뭐 그리 대단히 잘못한 거냐고.

 

그래서 마음대로 생각하라 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받지 않았구요. 그게 그와의 이야기의 마지막입니다. 몇 달이 지나서 연락이 왔지만 역시 아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헤어지면 카톡을 차단한다는 둥 연락처를 지운다는 둥 하더니만, 그러지 않았나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끝난 관계였으니까요.

 

 

사람마다 관계를 끊는 지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사소한 것이 본인에게는 정말 중요해서 관계를 끊는 지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사람을 만나봤고, 또 십여년 간 사회 생활도 했지만, 평소 불평/불만이 있는 지점과 '정말 끊어야겠다' 라고 하는 지점은 다르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시간 약속이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끓는 점은 무엇일까요? 그 점을 스스로 인지한다면, 그리고 또 상대방의 끓는 점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사람과의 관계가 훨씬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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