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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연애에 대한 조언

한창 연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나도 여러 연애 조언 블로그/사이트를 들어가서 읽고 또 읽고 출력해서 줄까지 쳐가면서 읽었었다. 상담을 받아볼까도 생각했었고, 고민도 정말 많이 했었었다. 세상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왜 연애만 못할까 도 생각했었다. 노트도 만들어보고 친구한테 조언도 구해보고 책도 사서 보고... 그러면서 생각했었다. 내가 언젠가 연애에 성공해서 결혼을 하게 되면 나도 저런 연애 블로그를 만들어서 나처럼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 하고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그런 연애 블로그들을 보니 좀 아니다 싶다.

 

남의 연애에 감놔라 배추놔라 하는 거 아니라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사람마다 각기 생각하는 방식과 개성이 다르듯, 연애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뭐 세상 어딘가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색다른(?) 방식의 성관계를 추구하는 커플도 있을 거고...

 

며칠 전, 동문 선배 언니가 11살 연하의 훈남과 결혼했다. 11살 연하인지까지는 몰랐는데, 아무튼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학벌에 직장도 좋은 훈남인 건 맞다. 게다가 완전 그 언니와 눈에 하트가 뿅뿅이다. 방명록에 글을 남긴 누군가처럼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분 말마따나 이건 절대 보편적인 상황이 될 수는 없다. 그 언니는 본인 스스로 스펙도 훌륭했지만 집안도 사실 좋다. 그 언니도 사교적이고 활발하기는 하지만 좀 기가 센 편이긴 하다. 만약 연애 블로그의 조언을 구한다면 기가 센 걸 고치라고 했겠지...

 

 

나도 기가 센 편이다. 한때 나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서 고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바보'가 된 적도 있다. 성격이 정말 더러운 남자를 만났었다.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다보니 내가 맞추게 되더라. 얻은 건? 굳이 말하자면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시간을 낭비했고 눈물을 쏟았고 살이 빠졌다...

 

아니, 가장 중요한 걸 얻었다.

'아, 나는 나를 나를 맞춰주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내 연애는 간단했다. 나에게 맞는 청년을 만나 결혼했다.

 

연애라는 건 둘이 맞춰가는 거다. 그 가장 기본 바탕에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깔려있고.

 

 

내가 본 연애 조언 책들 중에 딱 하나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책은 일본책이었다. 제목이 생각이 안나지만 그 책의 내용을 간추려보자면 언제나 밝게 웃고 긍정적이며 남자가 무엇을 해줄 때 고마워하고 받을 줄 알면 된다 정도였다.

 

타고난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예쁜 사람이면 된다고. 그리고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그 자신감은 밖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그래서 남자가 호감을 갖고 다가와서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거기에 감사할 줄 알면 남자는 강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그럼 되는거라고.

 

연애 조언 같은 거 다 필요없는 거 같다. 마음 고생 해볼만큼 해보고 스스로 정말 심하게 깨져도 보고 죽고 싶을만큼 괴로워도 해보고. 그러면서 내가 고칠 수 있는 부분, 고칠 수 없는 부분 파악하고 내가 고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개의치 않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고칠 수 없는 부분도 내가 괜찮은지 알아보고 그래서 같이 있는 게 편하고 행복하면 쭈욱 같이 있고 결혼하면 되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연애 조언 블로그 만들려는 계획을 철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