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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혼전성관계와 임신 그리고 그 다음.

아기를 낳은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이제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9시간을 진통하고, 30분동안 힘을 줘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힘을 주는 30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누워서 견뎌야 하는 9시간 동안의 진통은 정말..... 



그때 즈음에 김현중의 전 여자친구 문제가 인터넷을 한창 달굴 때였습니다. 분만실에서 진통을 하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났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그 김현중 전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남편이 지금 옆에서 손잡아주고 진통이 올 때마다 가스 마스크[각주:1] 씌워주면서 챙겨주고 있는데도 서럽고 힘들어 죽겠는데, 그 아이는[각주:2] 도대체 어쩌자고 이 힘든 일을 혼자서 하려 한다는 것인지... 


아파죽겠는 것과는 별개로 이상하게 서러웠고 그래서 엉엉 울었습니다. 엉엉 울다보니 코가 막혀서 가스를 흡입할 수 없었고 고통스러워하자 간호사가 진통제를 맞으라고 권유했었지요. 


그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미혼모..를 욕할 수 없다. 미혼모는.. 여자 혼자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몸소 겪어내어 아이를 낳은 것이니까요. 아울러..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도 역시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임신과 출산의 그 고통을 다 겪어 나온 소중한 자식을 버릴까. 


그리고... 낙태에 대한 생각도 임신 기간을 거치면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낙태를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낙태 반대 서명 같은 데는 여자의 인권을 생각하여 서명하지는 않았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낙태는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가 알고 있는 낙태란, 어릴적 성교육 시간에 보았던 발버둥치는 태아와 그 태아를 갈기갈기 찢는... 암튼, 그런 끔찍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임신 과정을 거치면서 알았습니다. 임신 8주 이전에는 태아라고 하지 않습니다. '배아'라고 합니다. 그 '배아'는 우리가 보는 달걀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임신 6주차에는 사실 초음파로도 배아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난황이라고 달걀의 노른자 같은, 도시락만 좀 제대로 보이고 배아 자체는 하나의 작은 점 입니다. 임신 8주차에는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때도 배아는 곤충의 고치 같이 생겼습니다. 임신 12주차에야 머리, 몸통, 팔, 다리가 있는 태아를 확인했습니다.


낙태에 대한 관점은 임신 8주 이전 배아기와 임신 8주 이후의 태아기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낙태는 안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만약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저는 원래 혼전순결주의자였습니다. 그게 뭐 제가 대단한 이상을 가져서도 아니었고, 뭐 엄청난 뜻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었는데, 그냥 단순히 혼전 임신을 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피임 방법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가정에서 시작되어, 만약 그러다 아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낙태는 당연히 안되고, 그렇다고 남자와 100%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각주:3]. 미혼모는 생각조차 못했고.. 그래서 그럴바엔 그냥 안하고 말지 였습니다. 성에 대한 호기심 엄청 강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참았습니다. 여자라서 성에 대한 욕구가 없다? 절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어쩌면 엄청난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라고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아무튼 저는 여자였고, 임신은 (적어도 우리 문화에서는) 오롯이 여성의 책임이니까요.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서 나의 생각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 성관계를 하고 안하고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이다. 

- 만약 성관계를 한다면, 임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

- 만약 원치않는 임신이 되었다면, 판단은 6주내로 빨리 해야 한다.[각주:4]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기를 낳은 미혼모에 대해서,

사회는 미혼모를 배척하고 그의 아기를 차별할 것이 아니라,

미혼모도 일을 하고 아기를 키울 수 있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미혼모를 차별하고 그의 아기를 차별할 거라면, 그래서 미혼모가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없게 한다면,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버리는 미혼모에 대해서 비난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를 줄이려면 우리 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어 입양 기록이 있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겠지요.. 


미혼모는 아무것도 안먹고 아기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잘 먹지 못하는데 젖이 잘 돌아서 아기가 젖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닐거고.. 경제적으로 힘든 미혼모가 아기 분유를 양껏 살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니.... 그런면에서 미혼모의 집에 대한 지원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남녀관계에 있어 성관계를 많이 당연시하면서 혼전순결 운운하면 고리타분한 여자라고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가 몸간수를 잘 못했다고 비난하지요.

그리고 심지어 여러 남자 만났다면 '걸레'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정작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너무 힘들기에, 자식은 딸이 아니길 바라는 여자인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부디 우리 다음 세대에는 딸이든 아들이든 다 좋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 laughing gas 라 불리는 진통을 억제해준다는 가스. 질소가 아닐까 추정한다. [본문으로]
  2. 나보다 어린 걸로 알고 있다. 30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3. 남자를 못믿는다기보다는, 결혼은 여러가지 요소가 많이 얽혀있는 문제라... 임신해서 결혼한 커플들도 주변에 꽤 되었지만, 임신했음에도 양가 부모의 반대로 결국 헤어지고 낙태를 선택한 경우도 보았고, 결혼할 것 같았던 남자가 임신했다는 이야기에 바로 낙태를 종용하는 경우도 보았기에 어느 경우도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으로]
  4. 그러려면 평소 본인의 생리주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겠지요.... 요즘 임신진단 시약도 잘 나와있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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