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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일까?

남자들은 보통 이상형의 여자를 꼽을 때 '예쁜 여자'라고 한다고 합니다. 간혹가다 '착한 여자'를 꼽는 남자들도 있지만, 그 '착한 여자'의 정의를 보면 역시 '예쁜 여자'입니다. (예쁘면 착한 거라고..)

 

 

여자들은 이상형의 남자를 꼽을 때 좀 다양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보자면 '키크고 돈 많은 남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얼굴은 크게 보지 않는다는 게 주류인 것 같습니다. 간혹 매너좋은 남자를 꼽기도 하지만, 매너가 좋으려면 보통 키가 크고 돈이 많아야 하기도 합니다.

 

 

친한 동생이 제게 어떤 남자를 만나는게 좋은지 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성격 > 돈 > 외모 > 사랑

 

사랑이 맨 마지막에 있냐고, 사랑 없이 그냥 선봐서 결혼해야 하는 거냐는 동생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답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혼하고 나서 몇 개월 지나면 뜨거웠던 사랑은 식게 마련이니 사랑을 위주로 가기 보다는 성격과 돈을 보는 게 낫다고.

 

원래 저는 성격과 외모 그리고 사랑을 본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나만을 사랑하고 나에게 잘해주고 나를 아껴주고... 거기다 외모도 좋고 성격도 좋으면 금상첨화라고. 돈이야 내가 벌면 되니 중요하지 않다고. (어쩌면 대부분의 골드미스들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왜 그리도 사람들이 돈, 돈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벌면 되니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사실 나의 자만이었고, 당장 임신하게 되면 일하기 싫어집니다. 입덧이나 여러 임신 증상들에 개인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고 몸이 편하고 즐겁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회사 못다니고 병원가서 수액을 맞으며 겨우 버티는 정도냐, 그냥 집에서 쉬는 정도냐, 회사에서 꾸역꾸역 버티는 정도냐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기까지는 어쩌면 또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몸조리하면서 겨우겨우 임신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회사 꾸역꾸역 다니다가 잘못되서 유산을 겪은 후 그 이후로는 아이가 생기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여자가 부담하는 집이라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현명한 여자들은 자기보다 돈을 더 잘버는 혹은 집에 돈이 많은 남자를 찾는 것이겠지요. 어느 인터넷 기사를 보니 시댁이 돈이 많아서 며느리가 임신하자 그냥 회사 그만두고 쉬라면서 아파트 한채를 사주고 아이 둘을 낳자 기특하다고 용돈 쓰라며 상가를 두 채 주었다고 하던데. 만약 그런 집이라면- 뭐 시댁이 좀 발언이 세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물론 시댁에 절대 고분고분하지 않을 저로서야.. 뭐 그런 시댁까지는 좀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왜 여자들은 능력있는 남자를 찾는지 그 만고불변의 법칙이 임신을 하자마자 이해가 완전 되더군요.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성격입니다.

돈 많은 전문직 남성과 결혼한 지인은 결혼초부터 지속된 남편의 바람과 폭력으로 인해 결국 아이를 하나 낳고 이혼했습니다. 당시 직장을 그만두었던 지인은 아이 양육권을 남편에게 주고 이혼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 생각에 힘들어합니다. 한국법이 잘 이해는 안가지만, 부인이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아이 양육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국법이나 영국법에 기초한 홍콩법에서는 이혼할 경우 여성에게 많이 유리하게 되어 있어 재산도 많이 가져가고 아이 양육권 보통 엄마가 가져가고 아빠는 양육비를 매달 일정금액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남자가 개털된다고...)

 

 

 

저의 신랑은 5살 연하입니다. 그러다보니 벌이는 저보다 적습니다. 일반적인 그 나이 또래 청년에 비해 못 버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저보다는 반이상 적게 법니다. 그러다보니 만약 제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 가계가 휘청이게 되겠지요. 그래서 꾸역꾸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하기 싫습니다. 일에 있어 야망도 있고 야심도 있는 저였지만, 정말 임신하니 다 귀찮아집니다. 뭐 그래도 안 짤리게 열심히 해야지요 뭐....

 

 

임신하고 나서 맨날맨날 토하는 일상을 거의 2개월 지속한 거 같습니다.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는 매일매일 오염시켰습니다. 세면대 막히는 것도 비일비재했구요. 거실에서 뛰어가다 거실부터 화장실까지 동선 그대로 쏟은 적도 있고, 화장실 앞에 있는 작은 카펫 위에 쏟은 적도 있습니다.

 

토하면 너무 아프니까 울면서 신랑을 부릅니다.

 

그럼 신랑이 와서 다 치우고 청소하고 정리해줍니다. 당시에는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진정되고 나서 생각해보면 참 고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 부모님 말고 누가 이렇게 해줄까요. 그 토한 입에다가도 뽀뽀해줍니다. (아- 나라면 못합니다. ㅡ.ㅡ;)

 

어느순간부터 토하려 하면 카펫부터 치우는 신랑이 좀 귀엽기도 합니다.

 

아기를 가져서 힘들어하는 저를 다 챙겨주면서 저에게 고맙다고 해주는 신랑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성격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써 놓으면 사랑이 중요한 거 같기도 하지만, 저는 냉정히 보면 이게 성격인 거 같습니다. 신랑은 원래 착하고 순한 성격이고, 여자가 아이를 가져서 낳아주는 걸 감사히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남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임신하고 몸 안 좋을 때마다 이게 다 니탓이라고 막 뭐라 했는데, 몸이 좀 좋아지고 나서 그동안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자 인제 구박 안해서 고맙다고 하는 거 보면, 성격좋은 게 좋은 거 같습니다.  

 

몸도 안 좋은데 신랑이 성질 부리면 얼마나 힘들까요. 재작년 만났던 사람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사랑하는 것과 성질부리는 것은 별개였습니다. 사랑해도 자기 성질에 안맞으면 성질 부릴 수 있는 게 사람이었습니다. 화가 나서 실컷 성질부려놓고는 좀 있다 미안해져서 안아주는 것처럼. 미안해서 안아줄 때는 그게 사랑인 것 같지만, 성질부릴 때 당하는 사람은 무슨 죄일까요. 말 잘못한 죄?

 

 

그래서 저는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건데. 사람 성격은 잘 안변하거든요. 2세 외모 생각하면 외모도 중요하지만, 딱히 오크가 아닌 이상...

 

그리고 부부가 되면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같이 헤쳐나가는 전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우애가 사랑은 아닌것처럼, 그것은 아마 우정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남자를 볼 때 이 사람은 내 아이의 좋은 아빠, 나의 좋은 남편이 될 것인가 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60을 바라보는 정년퇴직을 하신 회사 상사분 내외를 보면 묘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그 아들 둘 대학까지 다 보내고 하나 장가보내고 그러고 이제 은퇴를 하셨는데, 제 상사분은 그래서 부인이 제일 좋은 친구라고 하십니다. 아내와 함께 보는 영화, 아내와 함께 가는 등산이 제일 좋다며. 남자들은 - 적어도 제가 아는 남자들은 - 자기 아이를 낳아주고 키워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자신을 제일 잘 알아주는 아내에 대한 우정으로 그렇게 남은 여생을 함께 손잡고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큼 돈을 번다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자기 부인 소중한 줄 알고 자기 자식 사랑하며 그렇게 성실하게 지내는 남자가 제일인 것 같습니다.

 

 

 

-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