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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요 며칠 감기로 많이 아팠습니다. 끙끙대며 앓다가 거의 죽다 살아난 것 같습니다. 감기는 흔한 질병이지만 클라이막스일 때는 참 너무 아픕니다. 자다가 깨서 죽먹고 다시 자고 하는 와중에 누워서 아이패드를 보다가 인터넷에 누군가가 올린 이별관련 글을 읽고 문득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헤어졌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찾아갔는데 만나주지도 않고 심지어 같이 아는 친구 통해서 제발 좀 가만히 놔달라는 얘기를 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문득 저의 흑역사들이 떠올랐습니다.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고 전화도 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거라면서 추운 밖에서 덜덜 떨고 있기도 하고... 정말 약이 올라 확 너죽고 나죽자 해버릴까 생각까지. 핸드폰 안 받자 집전화로까지 막 전화해서 그집 엄마가 전화받고... 화끈거릴 기억일 것 같기는 한데 감기로 몸이 화끈거리니 그다지 화끈거리지는 않더군요. (뭔소리래. ㅎㅎ)

 

그러던 어느날 십자수를 집어들고 하게 되었습니다. 털털하고 터프한 성격과는 달리 좀 섬세한 면이랄까..^^ 아무튼, 한땀한땀 십자수를 뜰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평온하니 좋더군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안 보면 안될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한땀한땀..

 

몰두해서 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가더군요. 잠을 자려 침대에 누우면 또 생각이 나니까 정말 피곤할때까지 십자수를 하고는 정말 너무너무 졸려서 손찔릴 수준이 되어서 침대에 누워 바로 잤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나니 괜찮아 지더군요. 십자수를 뜨는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보통은 처음은 '슬픔'입니다. 익숙한 사람과의 헤어짐에 대한 슬픔. 그 다음은 '분노'였습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 다음은 뭐였는지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마 이 슬픔과 분노가 번갈아가면서 왔다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한 3일째 되던 날부터는 격렬한 감정이 수그러들고 좀 평안해졌던 것 같습니다. 비록 기본 정서는 '슬픔'이었지만, 죽을것 같이 이성을 잃을 정도의 슬픔에서는 벗어나게 되더군요. 그러고 나서 얼마 더 시간이 흐르고 나니 하나하나 객곽적으로 보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음악'이 날 살렸던 것 같습니다. 슬픈 발라드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흘리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듯이 춤추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많이 괜찮아지더군요. 그때부터는 뭔가 새로운 것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새로 나온 아이폰이든, 새로나온 가방이든...

 

돌이켜보면 헤어지고 나서 당장 죽을 것 같을 때 제게 십자수는 약효가 직빵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뜻 손이 안갈 때는 '마지막 선물로 이 십자수를 해서 주어야지'라고 편지 대신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결론은 내가 한 게 아까워서 안줬지만. ㅎㅎㅎ

 

그렇게 딱지가 생기고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없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새로운 연애는 찾아왔습니다. 매년 겨울가고 봄이 오듯. 헤어지게 되어 너무 힘들 때 제게 힘이되었던 말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파도 1-2주만 지나도 괜찮아진다 라는 경험은 힘이 되었습니다. 마치 감기로 인해 죽을 것 같이 아파도 1주일만 지나면 나을 거야 라는 경험에서 나온 앎이 힘이 되듯 말입니다.

 

그렇게 아파하고 그렇게 힘들어했던 저도 이제 결혼을 해서 꽁냥꽁냥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그렇게 아프고 힘들게 했던 남자보다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나서요. 

 

만약 지금 많이 아파하고 있으시다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과 몰두할 무언가를 찾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시간은 또 금새 갑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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