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談

대기업 입사 시험 관련 기사를 보고...

얼마전 강남의 모 고등학교에서 대기업 입사 시험이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문득 13년 전 개포 고등학교에서 SSAT를 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SSAT라고 하는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채 그냥 있다가 하루 전날이던가 아는 선배 언니가 SSAT 책 사서 공부해야 하는 거라고 알려줘서 부랴부랴 서점가서 책을 사서 보고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드가 아니었어서 대충 보고 갔었다.

 

시험 내용은 크게 기억이 안난다. 그냥 평이한 국어문제, 산수문제, 상식문제, 영어문제, 그리고 도형문제! 문과쪽 머리가 비상히 발달한 반면 이과쪽 머리는 발달이 더뎠던 당시의 나로서는 도형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들 시험을 빨리 끝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나로서는 종이를 조금 찢어서 점을 찍은다음 직접 도형을 접어서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가장 선명히 남는다.

 

그 다음 과정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면접을 보고, 그 다음 신체 검사를 하라고 해서 신체검사를 하고. 그리고는 1달 간의 합숙 연수가 있었고, 그 합숙 연수에 질린 나는 다시는 신입으로는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평균 4년에 한 번 꼴로 직장을 옮겼고, 이번에만 단기간인 2년 반 만에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면접때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로, 검은 정장에 흰양말을 신고가서 면접 진행요원이던 분이 흰양말은 아니지 않냐며 차라리 벗고 보라고 해서 양말을 벗고 면접을 보았던 기억도 난다. (이 에피소드는 좀 유명해서 동기들 사이에서 '아 니가 그 흰양말이었냐'라고 놀림을 받았었다.)

 

단체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뭐가 그리 자신감이 넘쳤는지 별 준비 안하고 가서 그냥 통과하고 왔었다.

 

그렇게 나는 딱 한 번 딱 한 군데 지원을 하고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 산 지 이미 13년이구나. 그 사이에 출산 휴가 3개월을 제외하고는 크게 쉬어 본 적도 없다. 가든 리브 (직장을 옮길 때 갖는 텀) 조차 없이 보통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새 직장에 출근하는 식이었으니까.

 

어머니는 사업을 하셨던 할아버지(외할아버지)를 보고 안정적인 직업을 최우선으로 삼으셨기에, 나는 대기업 - 은행 이런 안정적인 직장 위주로 옮겨다녔고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제 직장 생활 13년 차.

25살 파릇파릇한 신입에서 어느덧 중간에 낀 낀세대가 되어버렸다.

 

요즘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노오력'을 외치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충만한 것 같아 보인다.

낀세대인 나로서는, 신입 혹은 구직자들의 애로도, 그런 신입을 바라보는 윗사람(상사)들의 애로도 이해가 된다.

 

뽑아서 열심히 일 가르쳐놨더니 자기는 이런 일 하러 온 게 아니라며 그만두는 경우, 일 시키면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냐고 대드는 경우, 그리고 조금만 힘들어도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그만두는 경우... 

 

사실 미생의 장백기(강하늘 분)가 내 신입사원 시절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마 못보겠더라는...)

 

13년 전 윗사람에게 혼나고 비상구 계단으로 가서 엉엉 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가 13년차 직원이라니......

세월이 그리 느리게 가는 것 같더니만 이제 와서 보니 꽤 빨리 흘렀던 것 같다.

 

 

 

덧. 지금의 입사시험은 모르겠으나 내가 입사시험보던 시절에는 매일 신문을 보았던 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왠만한 필기시험 문제 및 면접 질문은 거의 다 그 안에서 나왔었으니까.

 

 

'雜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잡담.  (0) 2016.05.30
2년 과정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에.  (0) 2016.04.19
아버지에게서 신랑으로.  (0) 2016.04.19
묘한 호기심  (0) 2015.03.09
내 나이가 어때서?  (5) 201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