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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談

내 나이가 어때서?

열심히 블로그질을 하거나 혹은 어딘가에 열심히 댓글을 달거나.. 그럴 때는 거의 대부분 숙제를 앞두었거나 시험을 앞두었거나 뭐 그런 때였던 거 같다. 숙제나 시험 공부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잘 수도 없고..

 

어제는 본의 아니게 또 댓글 놀이(?)를 하게 되었다. 이게 참 답답한 게, 남의 블로그 가서 댓글놀이를 막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하나하나 다 댓글을 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또 안 달고 있자니 무언가 나의 생활 방식에 벗어나는 것 같은 좀 불편한 느낌이 들고...

 

어쩌면 삼성 다닐 때 생긴 습관인 것 같은데, 무언가 인풋(input)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답을 하고 리스트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카톡에도 와츠앱에도 안 읽은게 떠 있으면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안 닦고 나온 그런 느낌이 들고... 그런데 어쩌면 댓글의 세계에서는 그게 별로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 보면.

 

사실 나는 상대가 이렇게 생각하든 저렇게 생각하든 크게 개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더군다나 익명의 공간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가 어떻게 생각을 하든 주장이 무엇이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건데. 그런데도 왠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고 왠지 해명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은 어쩌면 인터넷 상에서는 내가 자제해야 하는 덕목인 것 같다.

 

 

이제 결혼도 했고 애기도 생겼고.. 연애는 사실 이제 더이상 나의 주 관심사는 아니다. 인생의 챕터가 하나 넘어간 느낌이 드는게, 다른 친구들이 연애갖고 심각한 고민을 해도 예전 같으면 나도 덩달아 심각해 졌을 텐데 지금은 그냥 '때가 되면 다 잘 될거야' 라고 생각을 한다. 마치 내가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어 하며 전화를 걸었을 때 나의 동기 오빠들이나 언니들이 얘기한 것처럼.

 

하지만 이런 나도 불과 작년 1월초까지만 해도 정말 너무너무 불안하고 힘들고 괴로운 36세의 싱글 여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정말 나이가 많아서 이제는 좋은 남자는 다 채어갔고 이상한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과 그럴 바에는 혼자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의 기로에 있었다. 그때 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보면서 '서른 일곱, 결혼' 이런 검색어로 계속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단 하나의 케이스라도 희망을 얻고 싶었다. 당시 서른 여섯이었으니 조금 더 버퍼를 놓아서 서른 일곱 으로 검색을 해서 서른 일곱에도 좋은 남자 만났다고,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그런 글을 보고 싶었다. 그 때 그렇게 검색해서 알게 된 언니와 지금도 가끔 만나 밥을 먹곤 한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나도 그 성공적인 케이스가 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라고.

 

그런 의미에서 이 블로그에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또, 그 전부터 자주 가던 연애 블로그에 희망의 댓글들을 적어주고 싶었다. 그 전에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댓글을 적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댓글을 적을 수 있다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그렇게 댓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끔씩 날선 댓글들이 달려오면 이게 내가 잘못한 건지 상대가 지나친건지 좀 헷갈린다. 둘 다 인것 같아 한동안 자제를 하고 있었는데- ㅎㅎ 역시 숙제 마감일이 다가오는 건가? ㅡ.ㅡ;

 

 

나의 경험담을 듣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면야 안보면 되는거고.

하지만 정말 죽을 것 같은 누군가에게는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아직도 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시골에 한 소녀가 있었다. 서울을 태어나서 두 번인가 세번인가 가본 소녀였다. 서울대를 간다고 했다. 주변에는 그런데 서울대를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서울대는 그냥 막연한 존재였다. 한 선배 언니가 서울대를 들어갔다. 그 다음해, 그 소녀도 비록 턱걸이로지만 서울대를 들어갔다.

 

 

주변에는 모두 서른이 훌쩍 넘은 싱글 여성들만 우글우글했다. 괜찮은 여자는 많아도 괜찮은 남자는 없다는 자조가 팽배한 분위기. 또래의 괜찮은 남자들은 전부 적게는 5살,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갓 대학 졸업한 파릇파릇한 여자아이들이나 20대 아이들만을 바라볼 뿐, 서른이 넘는 자신들은 '여자'로 봐주지도 않는 분위기.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는데 정말 성격 이상하고 자신을 막 대한다. 그래도 나이 많은 게 죄라고 꾹꾹 참고 결혼하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그런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는데- 두세달 있다가 선봐서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주위에 서른 아홉, 마흔 언니들도 아직 건재하다...

 

이런 상황에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같이 고민하던 어떤 언니가 네 살 연하의, 심지어 나보다 어린!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심지어 남자가 키도 크고 괜찮게 생긴 편에 직장도 좋다. =.=

 

한 편으로는 부럽고, 또 한 편으로는 희망의 메세지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나보다 더 어리고 준수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니!

 

뭐... 나는 그랬다. 거기서 희망을 얻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뭐 그러다가 얼마 안 지나서 나도 그런 대열에 합류했다.

 

나도 기억한다. 내가 결혼소식을 알리려고 한 대학 동문 녀석을 만났을 때,

"결혼 안하냐? 너도 이제 시집가야지. 많이 늦었다."

"어- 안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나 결혼해."

"어? 진짜? 남자는 몇 살이야?"

"어- 나보다 다섯살 어려."

"이야- 땡잡았네. 남자한테 감사해라. 원래 서른 다섯 넘으면 결혼하기 힘든데."

 

예전 같았으면 마지막 말에 완전 주눅들었겠지만, 뭐 결혼도 확정되었고- 신경쓸 거 없다고 그냥 넘기긴 했다. 물론, 나는 어제 그 댓글의 사람 말도 이해는 한다. 주변에 인간들의 80%가 남자인데, 서른 넘은 여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남자들의 그 인식을 모르겠나. 그런데, 인연이라는 건 따로 있으니. 위에 그 친구 녀석도 본인이랑 동갑인 여자랑 사귀고 결혼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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