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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오답 노트

억지.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느낍니다. 이 관계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 그래서 둘이 같이 있으면 행복한지,

아니면 둘이 같이 있을 때 힘든지.

 

어린 시절, 저는 왜 짧은 연애만을 반복하는지 이유를 몰랐습니다.

친한 동기 오빠는 제게 결혼하려면 본색이 드러나기 전에 빨리 결혼하라고까지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었지요. 너는 참 남자보는 눈이 없다... 라고.

 

매번 연애 상담을 할 때마다 그 동기 오빠는 위의 말을 반복해서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말들도.

하지만 어린 시절 저는 그 다른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었지요.

속상해서 밤잠을 설치고 그 다음날 새벽같이 그 오빠에게 전화를 해서 따지기도 했었습니다.

옆에서 부인이 자고 있었다며 이럴 거면 너한테 앞으로 연애 상담 안해주겠다고 연애 상담 하지 말라고 하고서도

그 오빠는 계속 연애상담을 해주었었지요.

그래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원망도 하고 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나 화도 내보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알겠더군요. 얘기를 해줘도 제가 이해를 못했던 거라는 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였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기보다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었습니다.

그것도 저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호기심과 관심 정도에서 많이 시작했구요.

내 눈에, 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내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상대가 보여주는 관심이 좋았습니다. 공주처럼 떠받들여주고 다 해주는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도, 왕자처럼 떠받들여주지도 않았지요.

친구보다 못한 대접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는 안 잘해주면 떠나지만 남자는 막대해도 곁에 있었으니까...

- 단,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항상 헤어질 때쯤 되면 그랬지요. 이제 나는 내 테스트를 다 끝냈다. 이제 나는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려 하는데 너는 왜 나를 떠나느냐. 역시 나는 내 마음을 열면 상대가 떠나는구나.

 

내 마음을 열어보여주지 않았기에 상대가 떠난다는 생각을 그때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누적해서 막대했던 것들이 상대가 떠날 마음을 먹을 때 즈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관심으로는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을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니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사실 제가 막대했던 게 맞고, 상대를 배려해주지 못한 게 맞으니까요.

그리고,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해줄 때 자기도 행복해 집니다.

물론 그 사랑하는 대상도 자기를 사랑해주어야 그 행복이 완성이 되지만요.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날 사랑하기를 강요만 하는 관계는,

사실 그래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상대가 나를 너무 좋아하니 그를 위해서 내가 이렇게 같이 있어준다..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받아주기는 쉽지만,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도 사랑하여 연애를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지요.

 

하지만, 그게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남편이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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