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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한 고찰

왜 내 남친은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을까?

지난 주, 두 번째 결혼식을 마치고 이제 진정한 유부녀가 되었습니다. (1주일 간격으로 결혼식 두 번 하느라 정말 죽을뻔... 다시는 결혼식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들러리를 한 네 명의 친구들 중 한 명만 유부녀였고, 세 명이 아직 싱글이었습니다. 이제 슬슬 나이가 나이인지라 다들 결혼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왜 자기 남자친구는 결혼하자는 말이 없는지 은근히 신경쓰이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제 신랑의 친구는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10년을 사귀었는데 여자친구가 슬슬 결혼에 대해 압박을 시작하여 고민중이라고 하면서 제 신랑보고 너는 왜 그리 빨리 결혼하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2014년에 결혼할 생각이었고, 신랑은 (만으로) 서른살에 결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원래 사귀면 3개월 내로 쇼부쳐서 결혼을 할 생각이었고, 처음부터 그 생각을 신랑에게 전했구요. 3개월이 지나도록 프로포즈 안하면, 그렇다고 헤어지지는 않겠지만 대신 너의 남친으로서의 배타적 특권은 사라지고 오픈 마켓이 될 거라고 했죠.

 

그 얘기를 들은 제 회사 동료가 말하길, 자기 친구 (남자)는 여자친구랑 5년인가 7년인가 사귀었는데 여자친구가 결혼 안 할 거면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다고 합니다. 분명 그 여자분은 결혼하자고 하길 바라면서 말을 했을텐데 말이죠.

 

이 주제에 대해서 작년에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많았습니다. 서럽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한가지 확실하게 안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는 자기가 결혼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잡는다.

 

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바꾸어 말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결혼하자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자가 결혼할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직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결혼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을 작년에 우연히 알았는데요. 나이가 서른 다섯이 되고 서른 여섯을 향해가다보니 저도 슬슬 마음이 조급해 져서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5년 전 부터 2014년 2월 14일에 결혼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고 다녔는데 2013년 7월이 지나고 8월이 지나고 9월이 지나고...하다보니 슬슬 마음이 급해지는 거지요. 만나던 사람이 딱히 마음에 들었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결혼할 때가 되었으니 그냥 하자 이런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10월의 어느날, 그날도 만나서 싸우고 남자는 길거리에 저를 놔두고는 토라져서 집에 가고 저는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결국 다시 만나서 화해를 하고는 커피 전문점에 갔는데, 그 남자가 지나가는 말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마음에 걸리는 게 딱 세가지가 있는데 그 세가지만 해결되면 지금이라도 당장 결혼하겠다고. 나머지는 다 좋은데 그 세가지가 마음에 걸린다고.

 

그 세가지 중 두 가지만 알아내고 나머지 한가지는 결국 알아내지 못하였지만, 그 두가지 역시 저랑은 상관이 없는 이상하고 요상한 자기만의 상상이 만들어낸 그런 사정이었지만, 그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은 좀 컸죠. 그 어떤 변명이나 구실을 대든, 결국 남자가 결혼하자고 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이겠지요. 그래서 5년이든 10년이든 사귀다가 여자 친구가 결혼을 종용하자 자기는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헤어지고는 3개월도 안되서 선봐서 결혼을 하고 잘 사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A랑은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사가지고 가지 않으면 힘들 것 같은데 B는 전세로 시작해도 될 것 같은.

 

그래서 저는 여자가 정말 결혼을 하고 싶으면 교제중인 남자에게 확실하게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설령 돌아오는 대답이 나는 결혼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일지라도, 알고 대비를 하는 것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참다참다 못해 얘기하다 끝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랑 결혼하든지 아님 헤어져 라는 접근은 헤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 말은 '나는 결혼을 하고 싶으니 네가 결혼할 마음이 없다면 너랑 안만나' 라는 뜻으로 (사실 그 뜻이 맞긴 하지만) 남자로 하여금 '나는 이 여자에게 아무런 존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차라리 '나는 언제쯤 결혼을 하고 싶은데 너는 어때?' 혹은 '나는 결혼하면 어떻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내지는 '내 친구가 최근에 결혼했는데 그거 보니까 나도 결혼하고 싶어지더라. 너는 언제쯤 결혼하고 싶어?' 하고 오픈 질문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적인 제 성격으로는 이것 조차도 굉장히 돌려 말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보통 여자분들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시니까 적당히 남자가 눈치 챌 정도로만 얘기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의 질문의 요지는 '나는 너랑 결혼을 해서 알콩달콩 지내고 싶은데 너도 그렇지?'라는 동의를 끌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처음의 질문처럼 '나는 너랑이든 누구랑이든 상관없지만 일단 결혼은 해야겠어. 그러니 너가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꺼져.'라는 태도와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이 물어봤다고 해서 남자가 전부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자도 고민을 하겠지요. 왜냐하면 위의 질문 역시 '야, 나 결혼 얘기 수면위로 꺼냈다. 빨리 프로포즈해. 안하면 각오해.'로 들리기는 마찬가지이거든요. :)

 

그리고 하나 더 추천하자면, (정말 결혼하고 싶다는 가정하에) 마음속으로 타임라인을 설정하시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남자가 프로포즈 안하면 헤어지겠다는 타임라인을 설정했습니다. (물론...10월, 11월..계속 데드라인 정해놨다가 늦추고 또 늦추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4년 1월 1일에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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