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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談

에네스 카야 불륜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

지난 달 한국에 출장갔을 때 비정상회담 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그게 처음이었다. 안경을 가져가지 않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출연진들이 꽤 잘생겼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 에네스 카야 라는 터키인 출연자 관련한 뉴스를 접했다.

(관련 링크: http://www.sportsseoul.com/?c=v&m=n&i=148139; http://www.ezday.co.kr/bbs/view_board.html?q_id_info=1150&q_sq_board=6398698)

 

 

뉴스만 접했을 때는 '터키인? 왜 하필 터키인?'하는 생각을 했다. EU에서도 제일 이민자가 많은 나라가 터키다. 영국, 프랑스 등 잘사는(?) 유럽 국가에 터키 이민자들은 항상 문제가 대두되곤 했었다. 그래서 뭘 터키 사람 가지고 그러지 하고 생각하다가 사진을 보고는 '오, 그럴만 하군' 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아무튼.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만약 피해 여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에네스 카야가 잘못한 것인데, '불륜인 줄 알고 왜 만났냐', '외국인이라니까 무조건 좋아하는...', '같은 여자로서 보기 부끄럽다', '괜히 나라 망신 시키지 말고' 등등의 반응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편견이라는 것은 절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는 걸 작년에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그 댓글에 반응을 해봐야 그들의 생각은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어떠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신랑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얘기를 하면서 그 남자는 터키 사람이었는데.. 라고 얘기를 하자, 신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느 나라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다 있지 라고 한다. 

 

나는 백인을 (이성으로) 사귀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백인들을 우대(?)하는지는 안다. 멀리갈 것도 없이 지난 달에 윗사람인 백인 두명과 함께 한국 출장을 가니 사람들의 대우가 다르더라. 심지어 택시 운전수도 '외국분들에게 좋은 인상 드려야 하는데..' 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명동에서 종로까지 길에 FTA 반대 농민 시위가 크게 열렸고, 나는 한쪽에는 호주인을 다른 한쪽에는 캐나다인을 모시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백인과 사귀는/결혼한 여자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백인 남자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는 왠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뽐내는 듯하고, 주위의 사람들은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물론, 서울에서의 얘기다. 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서는 흔한 일들이라 그 어느 누구도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만 백인과 결혼한 한국 여자를 좋지 않게 보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도 동네에서 미국인 백인들이 주말이면 한국인 남자들과 달리 가정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걸 보면서 백인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거두셨던 걸로 기억한다.)

 

 

아네스 카야가 터키인이라서 바람둥이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한국 남자들과 어울리면서 바람둥이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이란인과 결혼한 터키인 여자 딱 한 명만 알기 때문에.)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아네스 카야가 훤칠한 백인이어서 한국 여자를 꼬시기 쉬웠다 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터키인이냐 외국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네스 카야 라는 한 사람의 특성일 뿐, 터키인으로 일반화 하거나, 나라 망신이라는 식의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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